Research POSTECH MAGIC LAB

Research

  • 바이오테크놀로지
  • 홍합접착단백질

홍합의 변신
의료 및 약물전달용 접착소재 개발

바다에는 바닷물 속의 돌이나 구조물에 부착해 살아가는 생물들이 많다. 이러한 부착성 생물들은 수중에서 작동하는 매우 특별한 접착제를 만들어 사용한다. 홍합, 따개비(barnacle), 굴(oyster) 등이 이러한 부착성 생물의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 중 홍합은 저렴하면서도 맛이 있고 영양가가 높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매우 친숙한 해산물이다. 예로부터 소주의 안주로서 홍합탕은 붉은 빛깔의 홍합 속살도 좋지만 우려낸 국물이 서민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조미료 주성분인 글루탐산이 풍부하고, 타우린, 아르기닌, 글라이신과 같은 아미노산이 많아 감칠맛이 난다고 한다. 특히, 홍합은 간에 쌓인 해독을 풀어주는 천연 피로회복 물질인 타우린을 많이 가지고 있다. 또한, 홍합에 들어있는 베타인(betaine) 성분도 타우린과 함께 숙취해소 효과를 내는 주요 성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홍합에는 비타민A, 비타민B, 칼슘, 인, 철분 등도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에 음주로 손실된 영양분을 효과적으로 보충할 수 있어 애주가들이 홍합국을 해장국으로 먹는 것은 좋은 선택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홍합의 가치를 우리의 미각적 욕구를 충족하는데 말고도 부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별로 없을 것이다. 홍합을 바닷가의 배나 바위 등의 표면에 떼어본 적이 있는지? 아마 손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금방 알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강한 접착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접착제다. 어떻게 홍합은 물이 있는 환경에서 바위와 같은 구조물에 강하게 붙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하여 1980년대부터 홍합의 놀라운 접착 특성에 집중하여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접착표면에서의 물은 얇은 층을 형성해 접착물질과 대상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아 접착력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에서 양식한 홍합은 맨손으로 떼어지지 않아 긁어야 채취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접착력은 방오코팅 처리를 한 선박의 표면에서도 유지되어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정도이다. 그리고 홍합은 접착 표면을 가리지 않는다. 바위, 스티로폼, 배의 금속표면 등 어디든 달라붙을 수 있다.

홍합은 자신이 접착할 표면에 발을 뻗고 그 내부의 얇은 관안으로 기능적으로 분화된 접착물질을 매우 높은 농도의 액체 상태로 분비한다. 이 접착물질은 얇은 섬유다발로 구성된 족사(byssal thread) 가닥과 그 끝에 직접적으로 표면접착을 수행하는 플라크(plaque)를 만들게 되고 족사 가닥과 플라크로 이루어진 하나의 족사는 약 5분이라는 빠른 시간 안에 경화되어 강력한 표면부착을 완료시킨다. 족사 가닥에 분비된 접착제로 약 10 킬로그램의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하니 홍합이 족사를 20개만 가져도 200 킬로그램의 매우 커다란 접착력을 가진다고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다. 이 접착물질이 단백질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발견된 이후에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현재까지 이루어져 오고 있다. 족사의 부분에 따라 존재하는 단백질의 종류와 물성은 다르며 발견된 순서로서 번호가 매겨져 있다.

우리 몸 속은 약 70% 정도가 물(혈액, 체액 포함)로 채워져 있어 수중 환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바다의 환경은 우리의 몸속 환경과 매우 유사하므로 바다 환경에서 작동하는 접착제는 우리 몸 안에서도 작동을 잘 할 것이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몸속은 약하고 움직임이 많은 장기와 조직이 많기 때문에 유연한 접착이 필수적이다. 실제 홍합이 만드는 단백질로 이루어진 접착제는 다양한 표면에 강력하면서도 유연하게 접착을 하며 수분에 강하다는 장점을 가지며 생분해성 특징과 함께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의료용 생체접착제로 가장 적합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소재이다. 그러나 홍합에서 직접 접착제를 분리해 내는 경우는 얻을 수 있는 양이 매우 적어 실제적인 용도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분자생명공학기술이 접목된 미생물 배양법을 이용하여 대량 확보가 가능한 생산 기술이 개발되어 현재 다양한 분야에의 실제적 적용기술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현재까지도 우리 몸 안에서 안전하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의료접착제가 전 세계적으로도 존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수한 접착 특성을 가지며 인체에 무해한 홍합접착단백질(mussel adhesive protein)을 이용한 새로운 의료접착제는 일차적으로 피부 및 부러진 뼈의 접착이나 장기 이식, 지혈제로의 활용이 가능해 수술용 봉합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수술시 무해한 청색광을 이용해 수초 내에 피부조직을 결합할 수 있는 의료용 순간 접착제와 체액에 노출되어 있는 환경에서 높은 조직 접착력을 요하는 내부 장기의 접합(closure) 및 폐쇄(sealing)에도 사용할 수 있는 의료용 수중 접착제의 두 종류로 개발되어 기술이전을 통하여 국내 벤처기업에서 기술사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두 종류 접합제 모두 손쉽고 생체에 무해한 반응을 통해, 안정적인 조직 결합이 가능하며 상처 재생 부분에서 우수한 효과를 가짐이 확인되었다.

또한, 신약의 낮은 성공 가능성을 대신할 수 있도록, 기존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및 약효는 우수하나 용해도, 체내 안정성 등 특성의 개선이 필요한 약물의 경우에 효율적 탑재와 전달을 통해 효과를 크게 높힐 수 있는 약물전달(drug delivery) 기술이 하나의 새로운 의약품의 일환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홍합접착단백질은 국소적 의약품(저분자 약물, 단백질, 유전자(gene), 줄기세포(stem cell), 면역세포(immune cell) 등)의 전달체로서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항암약물을 넣은 홍합접착단백질로 만든 나노입자(nanoparticle)를 암조직에 스프레이하면 나노입자가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암을 사멸시키는 국소적 약물전달체가 가능하다. 최근에 미래 치료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법이 있다. 혈관에 문제가 생겨 심근벽이 괴사되는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의 경우 줄기세포 치료가 시도되고 있지만 심장의 압력 때문에 줄기세포를 주사하였을 때 95% 이상이 바로 없어지므로 그 치료효과가 미미하다. 수중에서 와해되지 않는 홍합접착단백질 제형을 이용하여 줄기세포를 전달할 경우 심근경색이 일어난 부위에 줄기세포를 획기적으로 오랫동안 잔존시킴으로써 치료효과가 극대화 가능하다. 이에 홍합접착단백질의 메디컬헬스케어 분야에서의 다양한 응용이 크게 기대된다.

▲ 홍합접착단백질의 의료용 접착제 및 혁신적인 약물전달소재로의 활용